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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
Journal |
2009/11/1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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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연예 프로에 출연한 한 여대생의 발언이, 신종 플루의 확산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인터넷에서 광풍을 일으키는 중이다.
이 광풍이 걱정되는 것은, 그 프로의 명칭과 제작 의도에 딱 들어맞았던 (그래서 제작진이 삭제편집 하지 않고 오히려 친절하게 자막까지 넣어 강조해 마지 않은) 철없어 보이는 그 여성의 발언이, 그 인생 하나의 무게로 감당할 수 없는 비난과 저주, 그리고 사회적 보복으로 인해 불행한 결말로 가 버리지나 않을까 하는 때문이다.
그 여성은 "대본대로 읽었다"라고 항변했지만, 제작진은 "대본에 없었다"라고 반론하여 그 여성을 궁지로 몰아버렸다. 만약 제작진의 이러한 반론이 사실이라면, 삭제 편집 등을 통해 방송 전에 문제의 요소를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 제작진으로서는 정말 비열한 짓이 아닐 수 없다.
네티즌의 광기야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고 잊혀지기 마련이지만, 그 여성의 사회적 삶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로 얼룩져버렸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 누구보다도 제작진이 나서서 그 여성을 방어할 일이다.
이 정도만으로, 제작진이 의도한 '홍보 효과'는 수백 배 이상으로 누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덧글.
사실, 나는 그 여성의 발언에 총궐기하듯이 난장판을 치는 남성 네티즌들의 행태에서, 때 되면 군복 차려 입고 서울시청 앞 광장에 나타나는 늙은 군인들의 모습을 발견한다.(설렁탕 한 그릇, 교통비 몇 만원에 서슴없이 그런 곳에 동원되는 늙은 군인들은 차라리 애처롭다. 그들 모두, 우리의 아비이자 할아버지인 까닭에 말이다.)
아마도 여성들의 술자리 뒷담화 수다에서는 '루저'발언보다 훨씬 더 남성을 비하하는 발언들이 서슴없이 오갈 것이다. '루저' 발언은, 그런 숱한 남성 비하발언 중 극히 한 부분일 것이고, 제작진은 방송에 내보내도 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에 자막까지 덧입혀 친절한 편집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남성들의 술자리 뒷담화는 어떠할까. 과연 그 여성의 '루저'발언에 그처럼 똘똘 뭉쳐서 광기를 일으키는 것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 만한 도덕적 근거를 가지고 있을까.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그 여성은 '방송'에 나와 TV 프로의 의도에 맞는 한 자락의 발언을 했을 뿐이다.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될 일에 죽자고 덤벼뜨는 꼬락서니들이, 정말 사납다. 사실 이런 광기는 배설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예비군 훈련 끝난 어수룩한 저녁무렵, 부대 앞을 나오다 지퍼를 내리고 찍 갈기는 오줌 한 줄기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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