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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Family | 2004/12/11 16:01
땅끝 해남의 송호리 해수욕장에 선 내 소중한 가족..
(그림자 순으로 왼쪽부터 둘째 고은, 아내, 첫째 고건, 그리고 나..)


밀물과 썰물이 수없이 밀려왔다 사라지는 삶이지만 잘 견뎌내야 한다.

그렇게 30년을 더 살고 나면, 내 삶에도 이처럼 아름다운 물결 흔적이 남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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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잠이 없어졌다.
My Story | 2004/10/14 07:12
충분히 잤다고 생각해서 눈을 뜨면 네 시가 좀 넘거나 다섯 시가 다소 되지 않은 이른 새벽이다. 알람 대용으로 머리맡에 놓아 둔 핸드폰은 번번히 제 역할을 놓친다.

제 잠자리를 떠나 방바닥으로 굴러들어 자고 있는 녀석들을 안아다 제 자리에 눕혀놓고 이불을 끌어다 덮어준다. 한 두 시간 뒤면, 애비를 닮아 아침잠이 없는 녀석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날 것이다. 엉성한 걸음마 수준으로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 왼쪽 눈두덩이와 이마가 심하게 긁힌 은의 얼굴에 치료 연고를 넓게 펴서 발라주고서 거실로 나온다.

깊은 잠이 들어 있다가도 내 인기척을 놓치지 않고 반응을 하곤 했던 아내는 근래들어 깊은 잠을 자는 듯하다. 그녀는 날마다 치뤄내는 녀석들과의 힘겨운 일상에서 소진된 체력을 영양섭취보다는 깊은 수면을 통해 보충하는 듯싶다.

베란다로 향하는 문을 열고, 다시 베란다와 외부를 가르는 문을 조금 열어 놓으면 서늘하게 냉기가 흐르는 새벽 공기가 폐부를 거쳐 온몸으로 흘러든다.

요즘들어 커피가 좀 늘었다. 새벽녘의 찬 공기에 카페인을 담아 혈관속으로 흘러보내는 습관 덕이다.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해 뜨기 전의 어두움을 목격하면서 마시는 한잔의 커피가 하루를 미리 환기시킨다.

가을이 온 듯 싶었는데, 다음 집결지를 향해 맹렬하게 행군하는 무리들처럼 새벽의 기온은 신속하게 겨울로 향하는 듯싶다. 올 겨울은, 아마도, 오겠다 싶은 지점보다 훨씬 이른 곳에 먼저 도착하여 자리를 펼 듯..

고은의 칭얼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옅은 잠으로 돌아온 아내가 녀석을 달래는 듯 낮은 소리로 아이를 다시 재운다. 종종 느끼는 것이지만 아내의 모든 감각은 녀석들에게 전방위적으로 열려있다. 녀석들의 모든 움직임은 아내가 펼쳐 놓은 감각의 레이더망 아래에 놓여 있고, 녀석들의 사소한 위험에도 아내는 오래도록 잘 훈련된 병사처럼 신속하게 반응하여 아이들을 보호한다. 모성애가 본능이라는 것을, 나는 아내를 보면서 실감한다.

커피 한잔으로 정신이 명료해지면 발걸음을 거실로, 거실에서 욕실로 옮긴다. 거기서 나는, 거울안의 또 다른 나와 아침인사를 나눌 것이다. 그 인사로, 나는 비로소 하루를 시작한다.

곤한 새벽잠에 몸을 기대고 있을 아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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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아내가 좀 아프다.. 많이 아프지 않아야 할텐데.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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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독서 중
Book &amp; Movie | 2004/10/07 15:45
<1>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고 했던가. 그런 듯싶기도 하고 아닌 듯싶기도 하다. 결혼으로 비롯된 가정과 가족은 차츰 생존의 근거이자 살아야 할 목적의 큰 부분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결혼은 무덤이 결코 아니다.

나는 날마다 가정에서, 가족들로부터 생존 에너지를 주입 받아 새벽같이 집을 나서서 회사로 향한다. 가정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동안 꼬맹이들은 쉬지 않고 재잘거리며 내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참새의 하루>라는 노래가사처럼, 마누라의 바가지는 제아무리 시끄러워도 자주 자장가로 들려 나를 꿈나라로 인도한다.

내가 마케터로 일하는 작은 기업은 5년 후의 미래가 안개에 쌓여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내 가장 노릇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마누라 손에 월급봉투 얹어주기를 지속하는데 훌륭한 파트너 역할을 하는 중이다. ‘사람 제 잘난 맛에 산다’고, 누가 뭐라 하더라도 나는 내가 가져가는 월급봉투에 부끄럽지 않게 기업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내 기여가 작아지거나 내 기여에 비해 월급봉투의 두께나 얇아지지 않은 이상, 나는 당분간 이 기업에 머물 것이다.

그러므로 회사는 내 생존의 근거와 목표인 가정과 가족을 더 튼실하게 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제공하는 셈이다. 그러니까 내 삶은 어느 정도 가정과 가족으로부터 제공받는 생존 에너지를 사용해 기업에 기여를 하고 그 기여에 따른 물질적 대가를 가정과 가족에게 가져와 내 생존 에너지를 공급받는 데 기여하도록 하는 다람쥐쳇바퀴가 되어 있는 셈이다. 나는 그것이 부끄럽지도, 초라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2>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는 말은, 내게, 적어도 다음과 같은 부분에서는 유의미하겠다. 물론 그것이 유의미하다면 ‘결혼’뿐만 아니라 다람쥐쳇바퀴의 다른 한 축인 ‘회사’도 내 인생의 ‘무덤’인 셈일 것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나는 날마다 서재의 먼지 쌓인 책들이 흘려내는 구슬픈 울음소리를 듣는다. 결혼을 하면서, 사회생활이 깊어지면서 나는 책과의 대화, 곧 ‘독서’를 무덤 속으로 내려 보냈다.(나는 결코 고의적으로 그러지는 않았으나, 결과적으로 고의성이 있다는 반론이 있다면 부정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적어도 ‘결혼은 내 독서인생의 무덤’이 된 셈이다.
근래 어느 날이었던가. 나는 강남의 한 대형 서점을 ‘산책’하면서, 쌓인 책들을 볼 때면 첫사랑을 만난 듯이 설레었던 내 가슴이, 어떤 열정이 차갑게 식어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크게 당황했었다. 그 때 내가 들고 있던 책은 시집도, 문학집도 아니었고 예컨대 <M&A를 알아야 경영을 할 수 있다>라는 따위의 경영학이나 마케팅 관련 서적 몇 권이었다.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인생의 벗이자 스승이었던 책이 밥벌이 도구로 전락해 있다는 쓰디쓴 자성, 그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며칠 동안을 속으로 앓았다. 그 주말의 끝에 서재에 쌓인 책 먼지를 치우는, 일종의 의식을 거행하기도 했으나 아픔과 서글픔은 조금도 가시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어느 틈엔가 내 벗과 스승을 잃어버렸는데도 그 상실감조차 느끼지 못한 채 몇 년을 살아왔던 것이다.

<3>
<다빈치 코드>의 표지를 언뜻 봤을 때, 포장만 요란한 삼류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었다. 그보다는 좀 낫긴 했지만 그 빨갛고 두꺼운 표지는 십 몇 년 전에 읽었던 시드니샐런의 어떤 소설들을 떠올렸다. 그것이 어느 정도 쓸데없는 선입견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두껍고 붉은 표지의 책을 TV 옆에 던져놓았다.

우습게도 다시 그 책을 찾는 데는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유는 옷을 갈아 입으면서 거실에서 듣고 있던 9시 뉴스 보도기사 꼭지가 바로 그 책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때문이다. 책에 대해 보도하는 뉴스 기사는 루브르박물관,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신성모독 논란 등을 언급하고 있었고, 순간 나는 그 책을 어디다 내려놨는지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4>
속독 실력도 가라 앉은 데다 책도 적잖이 두꺼워 몇 시간 독파로 끝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었다. 속도가 좀 붙자 눈과 손은 자꾸 다음 페이지를 향했지만 다음 날 있을 미팅과 프리젠테이션을 감안하자니 밤 두 시를 넘겨서까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화도 치밀어 올랐다.

절반쯤 진행된 독서 후기를 쓴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지만, 간만에 재미있는 책을 한 권 잡은 것 같다. 책은 움베르토 에코를 훌륭하게 벤치마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치밀하면서 지적, 문화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재료들로 가득하다.

특히 1항과 2항을 1로 하고, 제 3항부터는 순차적으로 앞의 두 항을 취하는 ‘피보나치 수열’이나 특정 단어의 스펠링 배치를 틀리게 하여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는 문자로 만드는 ‘아나그램’, 또 기하학적으로 가장 조화로운 비율이라는 ‘황금비율 이론’ 등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이 스토리에 묶여 있어서 읽기를 지속시키는 강력한 동력 작용을 한다.

일단 여기까지..


스피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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