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이란 맥락 사이에 가로놓여 있을 때, 비로소 그 존재의 의미를 획득한다. 말이 오가는 주제 전반과 맥락과 맥락 사이, 발화자와 청취자와의 해석과 공감, 말의 끝맺음에 관한 결론의 확보 등을 총체적으로 들여다 보고서야 비로소 그 ‘말’이 담긴 담론에 가깝게 접근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말’에서 ‘객관성’을 확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것은 발화자의 욕망과 청취자의 욕망이 겹치고, 엇갈리고, 비켜가고, 서로 가로지르기 때문이다. 짧은 문장 하나에도 보는 이에 따라 각기 다른 해석들이 존재하는 것은, ‘말’은 그 자체로 ‘말’이지만, 그 문장을 보는 이들의 조망각도가 각기 따른 때문이다.
맥락이 거세된 상태로 사람의 입 사이를 떠도는 말言은 드디어 미쳐 날뛰는 말馬이 되기 십상이다. 육체적으로 거세된 이들의 성적 욕망이 그렇지 않은 이들의 것에 비해 훨씬 더 강도가 높은 것처럼, 맥락이 거세된 말이 사람의 입 사이를 옮겨 다니면서 부풀려지고 왜곡되어 미친 듯이 입과 입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재앙을 일으킨다.
그것은 여름 무더위가 끝날 무렵 남태평양에서 목마름을 해소하여 거대한 구름을 일으켜 맹렬히 북동쪽을 향해 날아오르는 기세 좋은 태풍처럼 들이닥쳐 할퀴고, 상처 입히고, 신뢰를 무너뜨리고, 타인의 인생에 커다란 흠집을 남기고, 그리고 가담한 모든 이들을 초토화시킨 후에야, 비로소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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