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나그림 Location  |  Tag  |  Guest
다부일처제 에 해당하는 글1 개
2006/05/29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나타난 두 개의 판타지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나타난 두 개의 판타지
Book &amp; Movie | 2006/05/29 11:39

<1>

간만에 재미있는(좋은이라고 하기는 좀 어려운) 소설을 읽었다.(실은 아내가 먼저 읽었다. 책을 사서 아내에게 먼저 읽으라고 준 것이니.)


단문체로 빠르게 진행시키는 소설의 형식은 낯설지만 경쾌하고 속도감 있다. 다시 말해 잘 읽힌다. 무엇보다 축구에 대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은, 지난 2002년 이후(그리고 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있는 지금까지!) 축구에 열광중인 독자들의 관심을 소설 속으로 깊숙이 이입시킨다.


사회학도 출신다운
결혼의 세계사에 대한 교양 지식도 넓고 깊어, 3학점 짜리의 웬만한 대학 교양강의 수준이다. (다만 역사학을 전공하는 것으로 설정된 인애가 늘어놓는 결혼의 역사에 대한 장광설은, 소설의 주제를 위해 그녀가 갖추어야 할 당연한 이론적 무기인 것이 당연함에도, 어쩐지 무거워 보인다. 소설의 리얼리티를 위한 장치가 오히려 리얼리티를 약간씩 훼손시키는 역할을 한다고나 할까.)


여자가 두 번 결혼해 두 남자와 같이 살게 된다는 이 소설은
일부일처제의 사회의 우리의 통념으로 보자면 매우 도발적이다. 더군다나 일부일처제의 대립항이 일부다처제라는 우리의 (무식한?) 통념을 일방적으로 깨부수고, 다부일처제를 덜컥 도입해 버렸으니 논쟁적인 요소가 흘러 넘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령 이렇다. 사랑하는 아내가 어느 날 무거운 표정을 짓더니,
, 사랑하는 사람 생겼는데 결혼하고 싶어.라고 한다면 이 땅의 유부남들은 대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그것도 나는 당신도 사랑하니, 당신만 원한다면, 당신과 결혼 생활을 계속하면서 이 남자와도 결혼해서 살고 싶어라고 한다면? 기껏해야 최선은 여자와 이혼하는 것일 테고 최악은 칼부림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자주 목도하는 현실이 바로 이렇다.


그러나 소설은 정반대의 결론에 이른다. 남자는
딴놈과 결혼하는 여자를 받아들이고, 이층집 얻어서 같이 살자는 여자의 제안까지 받아들인다. , 그넘과 얼굴 마주치는 일이 없는 조건 하에서. 그러니까 한 여자가 남자 두 넘을 한 집에서 데리고 사는 이부일처제로 소설의 결론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러니 발칙하다고 하는 수밖에.



<2>

소설의 재미나 완결성, 혹은 리얼리티와는 별개로 이 소설에는 두 개의 판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여성의 판타지이다. 연애를 하는 동안에도 결혼생활 중에도, 남자는 여자의 사생활을 존중해야 한다. 여자의 사생활이 무엇이건 간에!! 연애시절, 인애는 종종 늦도록 술자리에 있어 귀가가 늦거나 전화연락마저 끊긴다. 다른 남자와 섹스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존중해야 한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다. 여자는 프로그래머로 번듯한 직업과 직장을 가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독립되어 있다. 다른 남자와 늦게까지 술자리를 하거나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지만) 새벽에 귀가를 해도 남자가 여자의 사생활에 간섭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다. 결혼 후에도 몇 명의 남자와 잠자리를 했는지, 대체 어떤 넘들을 만나고 다니는지 남자는 알 수가 없다.


현실의 연애관이나 결혼관,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이런 발상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므로 일종의
판타지인 셈이다.


또 하나의 판타지는
남자가 꿈꾸는 여자로서의 이른 바 슈퍼우먼 판타지다. 여자는 강남의 룸살롱 여자처럼 예쁘지는 않지만, 눈이 좀 작은 것만 빼고는 충분히 예쁘다. 가슴도 큰 편은 아니나 한국 여성답게 아담사이즈고, 무엇보다도 잠자리에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지적 수준은 어떤가? 늦은 밤,
우리 집에서 커피 한잔 하실래요?라는 제안에 처음 들어가 본 인애의 집은 벽 한 면이 책으로 가득 차 있을 만큼 많은 책을 쌓아 두고 있다. 읽는 게 아니라 모으는 게 취미라는 인애의 조크가 있었지만 책의 양이나, 그녀의 전공에서나(역사학이 전공이지만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그녀의 직업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자면 더욱!) 결혼의 역사와 사회학적 이론을 거침없이 꿰는 수준에서나, 가히 축구의 사회학이라고 할 정도로 축구에 대한 역사와 이론적 배경에 있어 남자 주인공에 비견될 만한 수준에서나 그녀의 지적 수준은 모든 남자를 압도하고도 남을 정도다.


(
먹물 좀 들인 남자들은 책을 많이 읽은 여자들에 대한 어떤 로망을 가지고 있는 듯싶다. 인애의 집에 처음 간 남자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책을 보면서 놀라는 장면에서 나는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소설의 여주인공 정임이 떠올랐다. 정임도 인애처럼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책을 가지고 있었고, 소설에서 그 장면은 남자주인공인 에 의해 꽤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그렇다면 인애의 음식솜씨는? 인애는 마트가 근처에 있음에도 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볼 뿐만 아니라 장을 보지 않는다 해도 냉장고에 있는 재료만 가지고도
10분 내에 맛있고 훌륭한 요리를 해 내는 장금이 수준의 요리 솜씨를 지녔다.


붙임성은?
시댁이 될 것인지 결정하지도 않은 상태로 간 첫 인사 자리에서 남자의 어머니(시어머니가 될 것이었지만)에게 이미 며느리로 인정받을 정도로 그녀의 붙임성은 뛰어나다.


인기는? 말 할 것도 없다. 그녀에게 청혼을 했던 직장 동료도 많았지만, 남자가 알 수 없는 그 무수한 남자들이 결혼 전후로 인애를 거쳐갔다.


이런 측면에서 인애는 일종의
판타지로서의 주인공이자, 모든 남자의 로망으로 여성인 셈이다. 물론, 그것은 바로 나 자신의 판타지이거나 로망이기도 할 것이다.



<3>

소설을 읽고 나니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와 싸이의 <인생극장 A><환희>라는 노래가 생각났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에서 결혼한 유부녀 엄정화는 결혼 전에 만났던 애인 감우성에 옥탑방을 얻어 주고 남자 첩으로 들어 앉혔다. <아내가 결혼했다>로 진화하기 바로 전 단계 진화 상태를 보여준 셈이다.


싸이의 <인생극장-A> <환희>는 예쁘고 능력 있는 애인이 다른 남자와 늦도록 술자리를 갖고 호텔에서 잠을 자는데도, 여자를 놓치지 않기 위해
비굴함을 무릅쓰는 소심한 남자의 내면을 코믹하게 랩으로 노래한 것.


재미있고 유쾌한 소설, 영화, 음악들이 아닐 수 없다.



스피릿.


 
 
 
태그 : , ,
트랙백 | 댓글



관리자  |   글쓰기
BLOG main image
치열하고 꼿꼿하게..
 Category
전체 (347)
My Story (89)
Office Life (51)
Journal (139)
Book & Movie (49)
Family (12)
Peoples (0)
Qirobics (2)
말들의 풍경 (1)
부스러기들 (0)
 TAGS
대화 다부일처제 슬픔 스필버그 강금실 컬러링 김광석 나쁜습관 태몽 장기하
 Recent Entries
+ 물러서지요..
+ 영화 <유령작가>
+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 간만에 햇살
+ 휴가 동안 읽을 독서목록
+ 스스로 용서하기
+ 프로이트 다시 읽기
+ 뱀의 혀
+ 인내
+ 기타guitar를 샀다.
 Recent Comments
+ 스피릿님. 오랜만..
+08/28 - 레인맨
+ 오랜만에 뵙네요!..
+08/11 - 마리나그림
+ 중학생때 형님의 ..
+08/10 - whyu
+ 맞아요.. 회사를..
+07/30 - 차민욱
+ 근래, 여러 사정..
+07/30 - 마리나그림
 Recent Trackbacks
 Calendar
<<   2010/09   >>
S M T W T F S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Archive
+ 2010/08
+ 2010/07
+ 2010/06
+ 2010/04
+ 2010/03
 Link Site
+ 김규항의 블로그
+ Iguacu Blog
+ MEPAY 쇼핑전문 블로그
+ 허지웅 기자
+ 보테아자씨
+ 김동렬 형
+ 최진순 기자-온라인저널리즘
+ why...U
 Visitor Statistics
+ Total : 110026
+ Today : 53
+ Yesterday : 49
태터툴즈 배너
rss
 
 
 
위치로그 : 태그 : 방명록 : 관리자
마리나그림’s Blog is powered by Tattertools.com / Designed by plyfly.net